똑같은 일이 매일 반복된다. 날짜가 지나도 변하는 것이 없다. 일상이 너무나 무료하니 종말론이 나온다. 휴거가 일어나 예수가 다시 돌아와서 선택받은 자만 천국에 간다는 말이 나왔다. 우리는 일상을 끝내고 싶지만 끝낼 수 없다. 이것이 바로 삶이다. 아무리 좋은 직장, 아무리 좋은 부모 밑에서 태어나 좋은 삶을 살아도 일상에서는 벗어날 수 없다. (심지어 죽어서 천국에 가더라도 일상이 있을 것이다.) 일상에서 벗어나기 위해 여러 가지 것을 고안해서 어떤 이는 명품을 두르고, 어떤 이는 여행을 다니고, 스포츠에 몰입하고, 술을 마시지만 결국 일상에서는 벗어나지 못한다.
인간과 다른 동물의 차이는 인간은 사물에서 즐거움을 느낀다는 것이다. 물론 까마귀같이 반짝거리는 물건을 모으는 동물도 있긴 하지만 인간같이 사물 자체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생명은 없다. <심즈>에서 우리는 소비주의에 물들어버린 자신의 모습을 보게된다. 소비주의 속에서 사물이 우리의 삶을 접수해 버렸다. '심'들은 플레이어에게 무언가(차, 집, 가구 등)를 계속해서 사도록 요구하며 우리는 그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왜 실제 생활도 힘든데 이런 게임을 하는 것일까? 국제노동기구에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노동시간은 OECD 회원국사이에서는 가장 많다. 그러자 독일에 어떤 신문사에서는 “한국인은 쉬는 것을 싫어한다.”라는 웃지 못 할 기사를 내기도 했다. ‘한국인은 일에 중독되어 있다.’라는 뜻이며 게임의 규칙이 그만큼 내재화 되어있다는 뜻이다. 싫고 좋고를 따지는 것은 욕망의 문제이다. 어떤 것을 좋아하고 어떤 것을 싫어한다는 것은 어떤 것은 내게 즐거움을 주고, 어떤 것은 즐거움을 주지 않는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기쁨을 느끼고 그것을 좋아하게 되는 것이고, 맛없는 음식을 먹으면 상대적으로 기쁘지 않기 때문에 그것을 좋아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쉬는 것을 싫어한다는 말은 여러 가지 뜻을 내포하고 있다. 가장 단순하게 ‘쉬면 불안하다’부터 시작해서, 쉬는 것 자체를 안 좋게 생각하는 문화가 우리에게 생겼다. “넌 대학까지 나와서 놀고 있냐?”라는 말처럼 놀고 있으면 이상하게 생각한다. 일할 때를 대비해서 여가를 잘 사용하라는 뜻으로 '여가를 선용한다'는 말은 자주 쓰인다. 이것은 틀렸다. 여가는 그냥 여가로 쓰는 것이 옳다.
예컨대 “문명 하셨습니다.” 라는 유행어에서 볼 수 있듯 <문명>을 하게 되면 몹시 몰입되어 직장이나 사회생활을 소홀히 하게 된다. 게임개발자들이 게임을 만드는 이유는 곧 일상에서 사람들을 떼어놓으려는 것이다. <문명>을 하는 사람들은 내가 그러면 안 된다고 생각하고 충분히 자각하지만 계속 하게 된다. <심즈>도 그런 맥락으로 볼 수 있다. 보편적으로 “이렇게 살면 안 된다.”라는 생각을 모두 갖고 있지만 하지만 그것을 계속 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게임은 리얼한 실제 생활과 달리, 그 게임의 알고리즘을 잘 아는 사람이 게임을 지배하게 되므로 장악하기가 쉽다. 일, 필연성, 심각함, 도덕성으로부터 해방되는 천국과도 같은 곳이다. 이런 점을 비추어볼 때 <심즈>는 몹시 기묘한 게임이다. 일상으로부터 도피하기위해 게임을 하고 <심즈>라는 게임스페이스안에서 현실의 일상같은 일상을 보낸다. 게임스페이스 안에서는 남들보다 크고, 강하고, 똑똑해 지려 한다. 플레이와 플레이가 아닌것들의 차이는 사라졌다. 하지만 알고리즘 내에서 일어나는 플레이와, 강해지려는 플레이의 차이는 남아있다. <심즈>라는 리얼게임과 리얼에 대한 게임으로서의 게임스페이스로 나눠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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